에필로그 1
― 그날, 정원을 나오며
(본화 S1. ep1 먼저 읽으러 가기 → https://novel.naver.com/challenge/detail?novelId=1215986&volumeNo=1)

정원을 빠져나오자
공기가 갑자기 가벼워졌다.
달빛은 여전히 따라오고 있었지만,
바람의 결이 달랐다.
마치 현실이 다시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었다.
세아는 몇 걸음 앞서 걷다가
문득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현우는 여전히
그 시대에 남아 있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단정한 한복 차림,
조심스러운 걸음,
그리고 무엇보다—
말투가 이상했다.
“…저기요.”
세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현우는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오?”
그 순간
세아는 확신했다.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한복은 너무 자연스럽고,
말투는 너무 진지했고,
그런데 이 모든 게—
현실에서라기엔
너무 완벽했다.
세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요…
뮤지컬 배우이신가요?”
순간,
현우의 얼굴이 굳었다.
“…뮤…?”
그는 분명히 그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뮤지컬… 배우…라 하셨소?”
“네.”
세아는 괜히 설명을 덧붙였다.
“그…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약간 시대극 같은 것도 하시고요.”
현우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리고 아주 진지하게,
그러나 분명히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그게… 무엇이오?”
“…아.”
세아는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질문을 던졌는지
천천히 실감했다.
“아니요, 그게—
제가 좀 이상한 질문을 했네요.”
현우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그럼…
그대가 있는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노래하며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은 일이오?”
세아는
피식 웃음이 났다.
“낯설다기보단…
돈 내고 봐요.”
“…돈을?”
“네.”
현우는
그 말을 곱씹듯 되뇌었다.
“이야기와 노래에
값을 매긴다…”
그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참으로…
이상한 세상이오.”
세아는 웃었다.
“그 말, 그대로 돌려드릴게요.”
두 사람 사이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이번 침묵은
정원 속의 것이 아니라,
현실의 숨결을 가진 침묵이었다.
“그래도,”
세아가 말했다.
“연주, 정말 좋았어요.”
현우는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음악도…
낯설지 않았소.”
그 말에
세아의 발끝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날,
두 사람은 각자의 길로 돌아갔다.
한 사람은
‘컨셉이 독특한 뮤지컬 배우’라고
오해한 채로.
다른 한 사람은
‘이상한 세상에서 온 여인’이라
생각한 채로...
아직은
아무도 몰랐다.
이 만남이
단순한 착각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그리고
정원은—
그 모든 오해를
아무 말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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