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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에필로그
— 오지 않는 밤의 피아노

정원은
그날 밤
열리지 않았다.
세아는
평소처럼 골목을 걸어왔다가
잠시 멈췄다.
낡은 담장 너머는
고요했다.
달빛은 있었지만,
빛이 닿는 자리에
사람은 없었다.
“…진짜 안 오는 거예요?”
괜히 중얼거려 본다.
대답은 없다.
당연했다.
오늘은
그가 오지 못하는 밤이었으니까.
세아는
잠시 더 서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됐어요.
안 와도 돼요.”
괜히 큰소리로 말하곤
뒤돌아 왔다.
카페로 돌아온 그녀는
불을 하나만 켜두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가
멈췄다.
“오늘은
기다리는 연주.”
누가 듣는 것도 아닌데
혼자 선언을 했다.
첫 음을 눌렀다.
조심스럽게.
조금은 심술 맞게.
일부러
한 음을 비워 두었다.
그가 늘 채우던 자리.
두 번째 마디에서도
쉼표를 길게 끌었다.
‘지금쯤 궁에서
잔소리 듣고 있겠지.’
세아는
혼자 웃었다.
“세자 저하,
출입 금지 당하셨나 보네.”
괜히 존댓말이 나왔다.
연주는
완벽하지 않았다.
일부러
비워둔 음들 때문에
조금 허전했다.
그런데—
마지막 음을 누르려는 순간,
피아노의 가장 낮은 건반이
툭,
아주 작게 울렸다.
누르지 않았는데.
세아의 손이
멈췄다.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
정원은 열리지 않았고,
그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숨이
이상하게 고르게 가라앉았다.
세아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왔었네.”
투덜거림처럼,
그러나 웃음 섞인 목소리였다.
“다음엔
직접 오세요.”
그녀는
피아노 덮개를 닫았다.
달빛이
유리창에 길게 남아 있었다.
오지 않은 밤이었지만,
완전히 비어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세아는
그 사실 하나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주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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